<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태국 공포영화
결국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한국과 태국의 합작 영화 "랑종". 개봉 이후에 후기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라는 평이 많아서 약간의 희망으로 후기를 퍼 나르며 와이프님의 생각이 바뀌기를 기도했으나 효과는 미미했었다.
"랑종"은 태국말로 '무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신내림이 대물림 되는 무당 가문의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다. 그러니까 ···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을 생각하면 얼추 결이 맞는다. 애초에 이 영화의 각본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에 나온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일광'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 했다고 한다. 여러 영화사에 각본을 보냈으나 수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까이고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다른 문화의 무당 이야기를 그려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개봉 전 입소문이 상당했던 <랑종>
솔직히 이 영화는 개봉 전 입소문이 영화 홍보의 대부분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관에서 버티기가 힘들었다거나 현실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등 너무 심할 정도로 공포감을 조성했던 터라 더욱 보기 싫었었다. 더군다나 영화 후반부에 불쾌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니까 엄두가 안 났는데 와이프님은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터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태국 문화가 녹아든 영화
영화는 앞서 말했다시피 전반적으로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한다. 태국의 무당 문화에 관해 설명하고 그에 대해 더 상세하게 들어가 '님'이라는 무당의 일상을 찍다가 벌어진 이야기를 전적으로 다큐 제작팀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그 때문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까지는 '신내림', '무당' 등 태국의 신앙을 주로 다뤄서 솔직히 좀 지루하다. 다만 이때 차곡차곡 쌓아지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이해해야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좀 쉬울 것으로 보인다. 영화도 아마 이를 위해 긴 시간을 다소 지루하지만 이해를 위해 할애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무당 '님'의 조카 '밍'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제대로 된 공포의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나 성격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나홍진 감독이 "곡성"에서도 보여줬던 흔히 말하는 '점프 스케어'가 아닌 은근히 몰려드는 공포감 등을 제대로 조성한다.
<랑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뛰어난 연출
더불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공포 연출은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그냥 대놓고 이제 무서운 거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귀신에 빙의된 '밍'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CCTV처럼 연출한 부분은 진짜 극한의 공포였다. 과거에도 비슷한 연출의 영화들(대표적으로 파라노말 액티비티)이 많긴 하지만 나는 얘기만 들었지 하나도 안 봤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형식의 영상은 거의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확히 몇 분 동안 지속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체감상 30분은 계속 그랬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영화에서 제일 무서운 부분이었다.
후반부 조금 아쉬웠던 <랑종>
다만 영화의 클라이맥스부터는 개인적으로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느낌이 강했다. "곡성"과 비슷하게 자극적이고 불쾌감을 조성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었고 결말 부에서는 "이게 뭐 하는 거지?" 싶을 정도의 혼돈이 찾아온다. 그 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내용들이 뭔가 와르르 무너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다 말고 "에엥?"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인물들의 너무 뜬금없는 행동, 답답한 행동, 다큐 제작팀의 어이없는 행동 등이 영화의 흐름을 상당히 끊어먹었다.
태국에서는 빨간색 차를 몰면 성공한다는 미신 같은 게 있다고 한다. 근데 원래 차를 도색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스티커로 "이 차는 빨간색입니다."라고 많이 붙인다고 한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좀 뜬금없는 부분인데 영화의 흐름으로는 귀신(혹은 신)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하면 후반부의 특정 장면과 연결이 가능하다. 영화 다 보고 너무 뜬금없었던 장면이라 찾아봤는데 이런 의미가 있었던 것.
아쉬웠지만 신선했고 너무무서웠던 영화 <랑종>
개봉 전 입소문에 비해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근래 본 공포 영화 중에서 제일 무서웠던 영화였다. 그냥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영화들에 비하면 "랑종"은 태국이라는 우리에겐 낯선 곳의 문화를 기반으로 나름 탄탄하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참고로 랑종은 한국 영화로 분류된다.). 비록 후반부가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나홍진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것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증명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다만 "곡성"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기에 영화를 자꾸 비교해 가면서 보게 되는 부분은 앞으로 비슷하게 만들어질 영화에서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할 부분이 아닐까. 자꾸 그 관찰 카메라의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남아서 떨쳐내려면 며칠은 힘들 것 같다. 겁쟁이가 무서움을 참고 관람한 영화의 리뷰를 마치겠다.
'김둥실 영화&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리치> 외계인 이야기를 빙자한 사이비 종교 이야기, 흥미로운 소재와 아쉬움 (0) | 2025.01.17 |
---|---|
<더 글로리> 넷플릭스의 대표 시리즈, 용두용미란 이런 것이다 (0) | 2025.01.16 |
<스물다섯 스물하나> tvN 성장 드라마, 김태리와 남주혁의 로맨스 코미디 (0) | 2025.01.06 |
<2025 새해 다짐 영화 모음> 새해 다짐을 위해 동기부여 해주는 영화들 (0) | 2025.01.02 |
<스턴트맨> 유쾌한 액션 멜로 영화, 스턴트맨에게 찬사를! (0) | 202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