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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둥실 영화&드라마 리뷰

<더 글로리> 넷플릭스의 대표 시리즈, 용두용미란 이런 것이다

by 김둥실. 202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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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혜교 배우가 많이 보여서 올려보는 <더 글로리> 리뷰

한창 이 드라마가 화제일 때에도 리뷰를 올리지 않았었다. 파트 2까지 나온다고 했었고 결말까지 기다린 뒤 리뷰를 하고 싶었다. 당시 이제 와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을 정도로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굉장한 이슈였고 파트 2가 공개된 날에는 넷플릭스 서버가 다운 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 또한 처음에는 '학폭'을 주제로 한 드라마라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파트 1을 어쩌다가 한번 시작했다가 결국 멈추지 않고 끝까지 봐서 파트 2 또한 정주행을 시작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 만든 드라마였고, 잘 만들었지만 결말이 실망스러웠던 다른 드라마(ex. ㅈㅂㅈ ㅁㄴㅇㄷ)들과는 다르게 결말까지도 만족스러워 벌써 '용두용미'라고 불리는데 매우 찬성하는 드라마였다.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현실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학폭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중학교 때 살짝 학폭... 까지라고 할 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와서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양아치가 나를 불러서 때렸다. 자기가 복학생인데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우리 반도 아니었고 복학생인지도, 언제 내 앞을 지나쳤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화장실로 불렀는데 내가 들어가지 않아서 복도에서 겁을 주고 걷어차고 그랬다. 복학생이 때린 게 아팠다거나 어디 하나가 잘못돼 평생의 상처로 남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그냥 귀찮은 일에 엮였다고 느꼈고, 이후에 다른 친구들이 내 자리로 와서 그 복학생이 때린 게 아팠는지 무서웠는지 묻곤 했는데 그때도 지금도 생각해 보면 참 어이가 없고 웃긴 일이었다. 나는 당시에 반장이었고 굳이 사고를 치고 싶지 않았다. 싸우려면 싸웠겠지만 중학생임에도 그 전에 이미 징계를 받고 막 복학한, 소위 말해 1년 꿇은 양아치랑 싸운다고 해봐야 누가 더 손해를 볼지는 뻔했기 때문에 그냥 맞고 툭툭 털고 죄송하다 하고 교실에 갔다. 그 후에 추가적인 괴롭힘이나 그런 건 없었고 나도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자랐지만, 그때 그 일은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이게 그들이 무섭고 두려워서라기보다는 나를 불러다 때린 이유가 너무 어이가 없었던 게 제일 컸다. 상식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불러다 때리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을 괴롭히고 다녔던 애들이 지금은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돈을 벌고 사는 것을 보면 '참 인생이 쉽구나' 싶기도 하다. 말이 길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외려 다른 사건들은 이해를 하라면 백 번 이해를 하겠지만, 학폭은 내 기준에 절대 타협이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억도 못하는 그 모든 새끼들이 부디 망하길 바란다.

기존의 클리셰를 뒤엎은 드라마 <더 글로리>

리뷰로 돌아와 말도 안 되는 학폭을 겪은 주인공 문동은은 자신의 인생을 그들에게 할 복수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했고 결국 그 복수에 성공한다. 복수를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나 드라마처럼 슬쩍 찾아가 죽이고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인생을 파탄 내는 게 아니라 철저한 계획하에 인물과 사건이 엮이고 엮여 결국 그들 스스로 서로를 잘근잘근 밟아 죽이도록 만드는데 그게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참신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쾌감을 주는 사이다는 아니지만 엄청 섬세하고 신중한 작업을 정말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완벽하게 완성해 낸 느낌이랄까.

솔직히 그 과정에서 답답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문동은 엄마의 등장에서 솔직히 '아, 엄마는 그냥 누구 시켜서 몰래 없애든지 거슬리는데 빨리 치웠으면...' 싶었는데 힘을 쓰거나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보내버리는 것을 보며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었다. 와이프랑 둘이 보면서 답답하다고 그랬는데 그 다음 화에 바로 처리하는 것을 보며 머쓱해하기도 했다. 박연진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복수는 생각보다 금방 끝나버렸지만, 박연진만큼은 정말 문동은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잃고 몸뚱이 하나만 남겨 놨고 그렇게 만든 박연진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장면도 굉장히 좋았다. 가장 속 시원한 부분이 아니었나.

송혜교 배우에게도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더 글로리>

송혜교 배우는 최근에 유퀴즈에 출연해 예전에는 주목 받고 싶고,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언제부턴가 '내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가짐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자 과거에 비해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그 뒤에 만난 작품이 '더 글로리'였다고 한다. 송혜교 배우에게도 새로운 마음가짐과 함께 삶의 전한점이 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수많은 명대사를 낳은 이 드라마는 당시에 굉장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드라마 공개를 앞두고 터진 다양한 학폭 사건들이 이 드라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어 줬고 해외에서도 학폭 사건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화두가 되기도 했는데. 벌써 약 20년 정도가 흘렀음에도, 심지어 나는 정말 별거 아니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억에 이렇게 남아있는데 더한 일들을 겪은 사람들은 그 기억이, 상처가, 두려움이 어떠할 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큰 논쟁거리가 되는 만큼 이 드라마가 단순히 '대리만족'의 수준이 아니라 학폭에 대해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현실의 가해자들 중에서는 제 잘못도 모르고 이 드라마를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철 없을 때'라고 치부하며 반성했으니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피해자들에게 찾아가 사과는 했는지? 용서를 받았는지? 그렇지 않다면 다 자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 두려움에 떨며 적당히 망하길 바란다. 그걸 떠나서 매우 잘 만든, 만족스러웠던 드라마의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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