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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둥실 영화&드라마 리뷰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마블 닥터스트레인지 시리즈, 고어는 좋았지만 아쉬웠던 영화

by 김둥실. 2025.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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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기대가 굉장히 컸던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

제작 확정 이후 무려 2년을 기다려 만난 우리의 오이형 되시겠다. 사전 예매 100만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 대환장의 멀티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봤다. 연휴 전날 개봉하는 전략적 배치와 더불어 팝콘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 이후 영화관에 가장 붐빈 날이 아니었나 싶다. 워낙 스포일러가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고 그만큼 민감한 내용이기도 하니까 공개된 범위 내에서의 줄거리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감독의 스타일, 그리고 배우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리뷰해 보겠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줄거리

'대혼돈의 멀티버스'라는 부제에 걸맞게 영화는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멀티버스를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메리카의 능력을 갖추고 싶어 하는 상대적 '빌런'을 오이형이 막기 위해, 넓게 보면 이 능력을 악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멀티버스 세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스토리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전 편 속에 등장했던 '차원'이라는 개념을 더욱 확장해, '평행우주(MCU에서 부르는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정립한다. 다크 디멘션, 미러 디멘션, 양자 영역 등을 인피니티 사가에서 설명했다면, 이후 확장된 세계는 지구 616을 중심으로 다른 세계의 캐릭터(대표적으로 폭스의 뮤턴트들)를 불러오기 위한 기반이 아닐까 추측된다.

MCU의 아쉬운 부분들

다만 이 영화 뿐만 아니라 최근 개봉하는 MCU 시리즈에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을 먼저 얘기해 보자면, 이제는 특정 캐릭터의 이름을 타이틀로 걸고 나오는 것이 다소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그래도 여러 히어로들이 등장하지만 캡틴의 '정의'라는 것에 대한 혼란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언제 봐도 상당한 수작이라 느껴지는데, 언제부턴가 주인공이라고 나오는 캐릭터가 정작 자기 솔로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도 물론 오이형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완다, 그러니까 스칼렛 위치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엄청나게 확장된 MCU 세계관 자체를 캐릭터 하나하나의 솔로 무비로 풀어낼 순 없으니 여기저기 녹이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향후 멀티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저 멀티버스를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정도의 모습으로만 나온 것 같아 아주 조금 아쉬웠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나는 전반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봤다. 갑자기 싸움을 잘하게 된 웡도 그렇고,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 할 수 없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 그리고 이게 향후 MCU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해 보는 것까지 이제는 정말 뭐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서 영화가 어떻든 간에 극장으로, 디즈니 플러스로 끌려가는 것이 아닐까. 속편이 무려 약 6년 만에 나온 닥터 스트레인지의 세 번째 솔로 영화는 부디 이번 개봉보다는 조금이라도 이른 시일 안에 나왔으면 좋겠다.

고어한 스타일, 호불호 갈리는 연출

그럼 다음으로 다소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감독의 연출을 이야기해 보자. 우리에게는 2002년 개봉한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내게는 스파이더맨으로 익숙하지만 사실 이 감독은 B급 공포 영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이블 데드", "드래그 미 투 헬" 등 나는 보지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유명한 공포 영화들을 만든 감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감독 특유의 공포 연출을 입히곤 했는데, 이게 이번 영화에서 만개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일반적인 히어로 무비가 아니라, 제대로 공포 장르를 녹여냈다.

샘스파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연출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는 정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이 연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그러니까 단순히 MCU를 좋아하는 히어로 무비 팬들이 봤을 때 "아, 시바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포 분위기 조성과 히어로 무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괴한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잘 표현되었고 솔직히 마법이라는 소재를 공포로 이렇게까지 풀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MCU와 샘 레이미라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 의미로 영화랑 감독이 잘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실제로 영화관에서도 "뭐야 이게"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렇게 B급 공포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다. "어떻게 저걸 저렇게..." 싶은 장면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액션은 정말 압권이었다. 전 편과 비교했을 때,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에는 조금 안 어울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또 반대로 닥터 스트레인지로 대표되는 MCU 내 마법의 세계를 이렇게 특이하게 표현함으로써 히어로 무비는 장르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는 2032년까지의 플랜을 짜 놨다는 케빈 파이기의 말에 뭔가 믿음이 가기도 하고 그렇다.

다음 시리즈와 이후의 마블을 기대...할까?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이번 영화의 빌런이 스칼렛 위치인 만큼 이제 히어로 무비들은 선과 악을 극명하게 나누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안티히어로라는 개념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히어로라고 해서 마냥 착하고 도덕적인 게 아니라 정의든, 개인적인 것이든, 대의든 뭐든지 간에 자신이 원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면 그를 위해 히어로가 될 수도, 빌런이 될 수도 있게 된 것 같다. 빌런 또한 그런 모습을 보일 테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시리즈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어떤 위치에 나올지도 예상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그렇기에 왠지 다음 시리즈에서는 오이형이 빌런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샘 레이미 감독의 페르소나 브루스 캠벨의 카메오도 재미있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등장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 없이 등장했다. 영화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거나 의미 있는 장면은 아니지만 샘 레이미 감독 영화의 시그니쳐처럼 등장하는 그의 모습도 쏠쏠한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쿠키 영상은 총 두 개다. 하나는 여러모로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니 꼭 봐야 할 것 같고, 하나는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오는 영상인데 큰 의미는 없지만 재미있는 영상이다. 실제로 관객들도 끝까지 기다렸다가 실망하긴 했지만 유쾌하게 웃고 자리를 떠났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다린 만큼 큰 의미도, 재미도 있었던 영화였다.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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