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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둥실 영화&드라마 리뷰

<더 배트맨> 배트맨의 또 새로운 시작, 원작의 배트맨을 가장 잘 살린 영화

by 김둥실.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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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의 모든 세계관과 공유하지 않는 <더 배트맨> 시리즈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을 봤다. 호불호가 꽤 갈려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화는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 분)이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2년이 지난 시점, 갑자기 등장한 거대한 적들을 만나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며 비밀을 파헤치는」 영화로 아마 줄거리만 말한다면 이전의 다양한 배트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봤고 속편이 기대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자적인 배트맨을 구축한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먼저 뚜렷하게 보였던 부분은 이전의 배트맨들을 지워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피지컬과 기술적으로 완벽함을 보여주던 이전의 배트맨들과 달리 액션과 기술, 심지어 피지컬로도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항상 봐왔던 완벽한 배트맨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윙슈트를 입고 날다가 낙하산을 잘못 펼쳐 벽에 처박고 데굴데굴 구른다거나, 알프레드에게 사춘기 소년처럼 징징거리는 모습이 딱 그래 보였다. 그래도 빌런들의 압박과 자신이 몰랐던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오는 시련들을 이겨내고 희생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배트맨의 중심은 확실히 가져온 듯했다.

캐릭터 구축의 하나로 사운드를 강하게 사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배트맨이 어둠 속에서 등장할 때, 묵직하고 둔탁한 특유의 발걸음 소리가 강하게 들려오는데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왠지 새로운 배트맨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둠 속을 응시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몇 초의 소리에 악인들은 공포를, 관객들에게는 기대를 심어주는 묘한 기능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외에도 액션씬에서의 디테일한 효과음이나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 OST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더 배트맨>의 특징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히어로를 소재로 활용한 일종의 수사물 혹은 스릴러, 누아르 장르라고 말하고 싶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이후 워너와 DC에서는 영화를 이런 쪽으로 잡으려는 것 같은데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배트맨'이라는 탐정이 '리들러'를 만나 수수께끼를 풀고 단서를 찾아가며 범인을 잡는 모습이, 우리가 봐왔던 히어로 무비와는 달랐고 아마 이런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히어로 무비로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런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여줬으니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나는 사실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가장 좋아하는데, 볼거리와 재미 요소 등 전형적인 히어로 무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MCU와는 다르게 히어로를 소재로 만들어 낸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작품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후 DC가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면 이번 영화가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 때문에 히어로 무비를 기대한 사람들과 달리 탐정으로 더 유명한 원작의 배트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수사물과 히어로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

그럼에도 히어로 무비의 필수 구성인 '시련을 통한 성장'이나,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둔 떡밥들은 적재적소에 배치해 두어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깨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슈트만 없으면 다른 누아르 장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배경과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할 수 있는 히어로 무비 요소들을 잘 배치한 것 같다. 2년 차 히어로라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설정이 외려 이런 분위기 속으로 녹아드는 데 한몫을 하지 않았나. 더불어 단서를 던져주고 추적하게 만드는 데에 수수께끼를 내는 빌런 '리들러'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캐릭터들

이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들 또한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게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캐릭터들이 더 기억에 남지만, 더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 캣 우먼(조 크라비츠 분)이나 대니 드비토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펭귄(콜린 파렐 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앞서 말한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HBO MAX를 통해 각각 스핀오프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이 세계관이 어떻게 확장될지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누구나 다 알만한 마지막에 등장한 웃음이 많은 '수감자'도 이후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배트맨의 사이드킥 로빈이 될 것 같은 인물들도 보였다.

메인 빌런이었던 리들러(폴 다노 분)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배우의 빌런 연기가 몹시 기대되기도 했는데 막상 영화에서는 중반까지 히스 레저의 조커를 오마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캐릭터 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도 막판에 배우가 얼굴을 보이고 광인의 연기로 기대를 일부 충족 시켜줬다. 외려 비중이 좀 더 적었던 펭귄의 연기가 더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드라마도 궁금해졌다. 참고로 로버트 패틴슨이 한 인터뷰에서 자기도 모르게 '속편의 메인 빌런은 올빼미 법정이다.'라는 뉘앙스의 대답을 해서 팬들의 기대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임팩트는 약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던 <더 배트맨>

리뷰를 쓰면서 영화를 떠올리는 내내 너바나의 음악과 발걸음 소리, 그리고 카 체이싱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카 체이싱 후반부 등장 장면은 상당히 압도적으로 멋있으니 꼭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영화는 약 세 시간 정도로 꽤 긴 편에 속하고 앞서 말했다시피 느와르적인 요소가 강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형적인 히어로 무비를 기대하진 말길 바란다. 그런 기대만 버리면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모르긴 몰라도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퍼스트 어벤저"나 "배트맨 비긴즈"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취향에 맞게 보라는 말과 함께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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