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잔잔하고 평화로운 영화를 찾는다면? <내 사랑>
영화 "내 사랑(Maudie)"은 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일생을 담은 전기 영화이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잔잔하고 투박한 사랑 이야기의 캐나다-아일랜드 합작 영화다. 캐나다 최고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와 그의 남편 에버렛 루이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인데, 왠지 모르게 화가의 사랑 이야기라서 그렇게 만든 건지 영화 전체의 영상과 색감이 너무 차분하고 무엇보다 너무 예뻤다.
모드 루이스, 에버렛 루이스 ... 실존 인물들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 <내 사랑>
모드 루이스는 선천적인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51세의 나이에 그녀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풍경, 동물, 꽃 등을 밝은 분위기로 그려내는 특징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사람이 되었고, 1970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드 루이스의 작품 대부분은 노바스코샤 아트 갤러리, 복원된 옛집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는 주인공 모드 루이스보다도 에단 호크가 연기한 남편 에버렛 루이스였다. 이게 실존 인물의 성격인지 영화 속 캐릭터를 이렇게 잡았는지 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다. 심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모드 루이스가 그런 남자의 숨겨진 매력을 제대로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저런 남편이라면 나 같아도 이혼했겠다 싶었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런데 또 웃긴 게 사랑할 때는 엄청나게 사랑해 준다. 묘하게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소박하고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웠던 영상미
솔직히 모드 루이스의 그림이 뭔가 뛰어난 작품성이 있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실제 작품과 영화 속에 나오는 그림들을 보면서도 저게 예술적으로 뛰어난가 싶다가도, 막상 그림을 빤히 보고 있으면 그림에 들어가는 색들을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썼을까 싶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예술을 보는 눈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냥 주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예술은 학습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닌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다.
둘은 좋은 형편에서 살지는 못하는데, 모드의 그림이 주목받기 시작했음에도 작은 집에서 하루하루 먹고살 만한 돈만 벌면서 소박하게 살아간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현대 사회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둘만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솔직히 한적한 곳에서 저렇게 평생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은퇴 후 삶을 앞둔 상황이라면 고민은 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당장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의 흐름
영화는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시간의 흐름을 정말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들의 흐름을 쫓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늙어 있는 두 부부를 마주하게 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도록 연출을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감탄했다.
또 둘의 만남 이후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사계절이 계속해서 돌아가는데 눈이 잔뜩 쌓였다가 들판을 산책하기도 하고, 코트를 입었다 벗었다가 하는 장면들이 너무 예뻤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매력 중 절반은 영상미가 무조건 차지한다고 본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연휴 기간에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사실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데, 실제 부부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 밝혀진 전기에 따르면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에버렛은 모드의 그림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모드에게 그림만 그리게 했다고 한다. 모드가 죽고 난 후 에버렛은 모드의 물품을 다 팔아버리고 혼자 살다가 강도에게 당해 삶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 모습에 비하면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지만 영화는 그런 것까지 담지는 않았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 이 이야기가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지 않으니 이 또한 걱정하지 마시길.
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조금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나 또한 조금은 빠른 장면 전환 효과가 엄청난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간만에 참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본 것 같았고 지루하기보다는 마음도 편안하고 영화가 끝나고도 유지되는 기분이 참 좋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둘이 소박하게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 또한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어렵지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아름답게 지내는 모습이 정말 좋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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