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설 원작의 드라마
주변의 추천을 받아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새벽까지 볼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던 드라마였습니다.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소설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내 정서에 많이 맞춘 듯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의 주인공과 드라마 주인공의 성향도 매우 다르고, 주변 인물들 또한 모티브가 되는 캐릭터는 있지만 완벽하게 원작 소설의 인물들을 구현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소설의 인물들을 알아봤는데, 주인공부터 올바르지 않은 인물이었고 주변 인물들 또한 국내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성향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는 각색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억울하게 친구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살인범이 된 ’고정우(변요한 분)‘는 스무살의 나이에 10년 형을 받아, 30살이 되어 출소한다. 고향으로 돌아가 배척 받지만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 그날의 일을 파헤치면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드라마 전체적인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약간 영화 <이끼>처럼 폐쇄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제로 한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 비슷했습니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
다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미치겠던 설정은, 주인공 ’고정우‘를 진정으로 믿고 도와주는 조력자가 중반부까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부 약간씩 눈이 돌아서 주인공을 쳐다보는 조연들을 보다 보면 분노가 막 차오르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어금니 꽉 깨물고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중반부까지 막 차오르던 스트레스가 후반부로 갈수록 풀리지만 흔히 봐왔던 사이다 전개는 아니어서 답답함이 시원하게 가시는 편은 아닙니다.
설명만 들으면 너무너무 답답할 것 같은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은 이런 전개가 아닙니다.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얽히고설킨, 정말로 굉장히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가 진정한 매력입니다. 이 관계들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정말 놀라움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 편만 봐도 느낌표가 두 개, 세 개씩 뜨는 느낌이었습니다.
탄탄하고 치밀한 스토리,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
반전이 굉장한 드라마라고 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짠! 반전이었습니다‘ 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도 않습니다. 치밀한 인물 관계와 탄탄한 이야기가 합쳐져서, 사이다 전개는 아니지만, 느림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빌드업 해가는 전개도 일품입니다. 그렇게 나아가는 데 있어서 로맨스 같은 쓸데없는 감정은 전부 배제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 딱 한 길만을 우직하게 걸으며 끝까지 나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도 통쾌하거나 시원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 덕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변화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사랑과 배려, 희망, 열정, 선함 등 온갖 좋은 수식어가 붙었을 것 같던 사람들이 그와 대비되는 질투와 집착, 이기심과 고집을 얼마나 숨기고 있었고 그 추악한 모습이 언제 드러나는지 기다리며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들은 개인적으로 고정우의 친구들이었습니다. 드라마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주인공 고정우를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는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특정한 이야기가 나오면 선을 긋는 모습을 보면서 "쟤네들이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이 몰락해 가는 과정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만큼 배우분들도 연기를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삶을 지향하는 드라마
드라마 마지막에 고정우를 돕는 노상철 형사는 고정우에게 ”보통의 삶을 살아“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너무 착하지도, 너무 나쁘지도 않게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쁘면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실 속의 우리 모습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드라마가 아주 굉장히 수작이라는 것입니다. 총 14부작으로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만약에 이 리뷰를 읽고 궁금증이 생긴다면 한 번 보시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묵직한 울림을 전한 드라마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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