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하세요?
저는 채소연의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농구를 보는 것도, 하는 것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인데, 저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라면 단연 이 만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N차 관람, N 회독처럼 여러 번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슬램덩크'는 중학생 이후로 수없이 반복해서 다시 본, 몇 개 안 되는 영화, 드라마, 책 중의 하나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의 마지막 경기, 산왕 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원작에서의 강백호, 서태웅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교적 조명을 받지 못한 송태섭을 중심으로 그려졌습니다. 그간 송태섭의 이미지는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력은 개판이었던 다섯 명을 다른 때는 몰라도 시합 중에는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는 강백호와 개그 콤비 정도랄까요. 다른 4명의 캐릭터는 원작 전체에서 각각의 고민과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만 유독 송태섭은 그게 약했는데 이번 극장판을 통해 송태섭의 내러티브를 완벽하게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좋아하던 만화책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 때, 기대감보다는 실망이 상당히 컸었는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의 장면들을 영상화하면서도 정말 자연스럽게 표현하여서 새삼 기술의 발전에 감탄했습니다. 보면서 앞으로 '극장판'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여담인데 넷플릭스 시리즈 '원피스'는 실망스러워서 애초에 이런 식으로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와서 송태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중심 이야기는 산왕 전이기 때문에 경기 장면들을 비롯해 원작의 명장면들이 나와서 만화책에서 보던 장면을 추억함과 동시에 크게 감동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슬램덩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정대만이 지쳐서 비틀거리다가 서태웅의 패스를 받고 노마크에서 3점을 던지고, 고요함 속에서 공이 들어가는 소리가 날 때, "이 소리가 ··· 몇 번이라도 날 되살아나게 한다"라는 대사와 그 표정입니다. 감히 해보는 소리지만 동 포지션에 뛰면서 공감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해당 장면이 나왔고 나도 모르게 "크-"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빠져서 아쉬웠던 만화책 속 명장면
영화의 흐름으로는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인지, 캐릭터를 새로 구현하기에는 버거웠던 것인지 "진흙투성이가 돼라."와 "정성우?"를 말하는 능남의 변덕규와 윤대협이 나오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나름대로 채치수와 서태웅의 터닝 포인트라고 보는데 다른 방법으로 풀어져서 그 모습을 극장판으로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송태섭 중심의 멋진 연출
영화를 통해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냥 농구 잘하는 개그 캐릭터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농구를 잘하기 위한 노력과 과정도 보였고 경기 전에 긴장(심장이 두근두근하는)하는 모습을 보며 송태섭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 노력을 통해 성장한 선수라는 것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굉장히 멋지게 보였습니다. 특히 마지막은 원작에 전혀 없었던 장면이라 좀 놀랐는데 이 장면 때문에 송태섭이 더 멋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무조건 추천
저는 애니메이션보다 만화책을 선호해서 옛날부터 제작된 슬램덩크 애니메이션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도 있다고 하는데 그 역시 안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퀄리티와 구성 모두 흠잡을 데 없으며, 또 한 가지 적재적소에 깔리는 BGM이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송태섭이 프레스에 막히다가 돌파하는 순간 굉장한 일렉기타 연주가 깔리는데 소름이 쭉 돋았습니다. 이처럼 사운드를 정말 기가 막히게 활용해서 영상의 극적인 장면들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내서 보면서도 진짜 공 많이 들였다 싶었습니다.
사실 CGV에서 판매하는 키링을 갖고 싶어서 별생각 없이 보러 갔다가 예상외로 상당한 감동을 한 영화라 농구 좋아하면 정말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계속 볼 수가 있어서 생각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보고 있는데 그때마다 감동이 아주 솟아오릅니다. 이제는 만화책도 잘 안 봐서 '추억의' 슬램덩크가 되었는데 그 추억을 꺼내어 새것처럼 다시 뜨겁게 만들어준 영화였습니다. 좋은 퀄리티로 개봉한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한 영화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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