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넘치는 오프닝
”오- 얼렁뚱땅 살던 세상 이제부턴 다 필요 없다“ 노라조의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다소 유치해 보이고 촌스러운 오프닝에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시작부터 유쾌함이 넘쳐나서 기대가 상당히 컸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임시완 배우의 연기가 좋다 느끼는 쪽은 아녔기에(물론 불한당에서는 엄청 인상적이었다.) 이 드라마에 엄청난 기대가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먼저 본 주변 사람이 ”엄청 재밌다“라는 평을 남겨서 덩달아 보게 되었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한 소년시대 시대적 배경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한 때 유행했던 소년만화의 플롯과 매우 유사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포인트는 그간 미디어에 다른 지역(이라고 해봐야 경상도지만) 대비 많이 노출되지 않은 충청도를 배경으로 해서 그에 어울리는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시종일관 충청도 사투리의 향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자체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래도 충청도 사투리를 좋아해서 보는 내내 그들의 말투와 대사, 애드리브까지 매회 큰 웃음이 한 번씩은 무조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안 유명해도 괜찮아, 탄탄한 젊은 배우들
이 드라마는 두 주연, 임시완, 이선빈 배우를 빼면 대부분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구멍 하나 없이 모두가 작품을 위해 연기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 장면 장면마다 느껴져서 지금까지 본 모든 드라마를 통틀어서도 잘 만든 축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임시완 배우는 주인공 장븅태 역으로 사실상 혼자 드라마를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그가 이끌기에 벅차다거나 어색하다 느낀 부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간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상 찌질이의 연기를 저런 외모를 가진 배우가 저렇게 잘 해낸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주연들을 밀어주는 조연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신병에서부터 상당한 모습을 보여준 조호석 역의 이상진 배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신병', '소년시대' 둘 다 약간은 부실하고 허술한 개그맨 서남용 님 같은 류의 캐릭터들인데 같은 결이면서도 디테일하게 다른 캐릭터들이 진짜 찰떡이었고 마지막까지 븅태와 멋진 케미를 보여줬습니다. 븅태와 호석이 함께 할 때의 에피소드가 특히 재미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역시 아이돌의 춤선은 다르다
더불어 1980년대 후반의 배경이 이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때쯤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배경의 드라마를 왜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알 수 없는 향수와 반가움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븅태의 ’널 그리며‘ 독무대를 보면서 너무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더불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춤 선에 아이돌 출신의 노련미는 역시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소년시대 시즌2 가능성?
쿠팡플레이에 완결까지 나왔고 시즌 2도 고려하고 희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마무리 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가 이 이후에 비슷한 스토리를 새로 만든다면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좀 더 판타지한 느낌이 가미되어야 할 것 같은데 별로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우리 븅태 이대로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엔딩 크레딧마저 놓칠 수 없는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엔딩 크레딧에 그들이 자필로 쓴 메시지가 나옵니다. 보통 드라마는 다 보면 '재미있었다.' 혹은 '재미없었다 짧은 생각만 남기고 기억에서 빠르게 지우는데 이 드라마는 엔딩 크레딧마저 드라마의 성격과 똑 닮아서 오랜 친구와 이별이라도 하는 것처럼 뭉클하고 훈훈한 기분이 들어 끝까지 다 봤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너무 정이 넘치고 따뜻하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꽤 공격적인 홍보로 주인공들이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도 홍보했는데 그만큼 재미있으니 의심하지 말고 꼭 보시길 바랍니다. 제 소년시대는 아니지만 올드한 매력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맛깔난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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