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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둥실 영화&드라마 리뷰

<플래시> 아쉬운 결말의 히어로 영화, 지금까지 DCEU였습니다

by 김둥실. 202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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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DCEU의 퇴장

워너에서 결국 리부트 버튼을 눌러버린 DCEU의 사실상 마지막 영화(이후에 '아쿠아맨2'가 있지만 모두 이 영화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할 수 있는 '플래시'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제임스 건이 DCU의 총괄로 오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고 현 저스티스 리그를 담당하는 모든 배우가 하차, 새로운 캐릭터들과 배우들로 소위 말해 물갈이를 하는 중이죠.

 

'플래시포인트'를 차용한 영화 <플래시>

'플래시'는 개봉 전부터 코믹스의 '플래시포인트' 에피소드를 베이스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영화 자체는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실 워너의 흥행 실패 외에도 주인공 에즈라 밀러의 사건 사고로 개봉 여부가 불확실한 영화였습니다. 항간에는 딥페이크를 활용해 주인공을 바꾸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개봉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볼 생각이 없었는데 시사회를 다녀온 영화 유튜버나 리뷰어들의 반응이 상당해서 급격히 기대감이 커진 영화였습니다. 일부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과 비교할 정도로 수작이라 평하기도 했습니다.

플래시, 재미있음?

전체적인 평을 먼저 하자면,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DC 영화들과 현재의 저스티스 리그까지 삐걱거리는 부분 없이 부드럽고 또 원활하게 감싸 안으며 "그동안의 DCEU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DCU도 아주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멀티버스'로 깔끔하게 닫고, 새로운 멀티버스를 열겠다는 당찬 포부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앞서 말했던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과 비교할 정도의 수작은 아니지만 DCEU 세계관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멀티버스라는 개념 또한 MCU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게 이해시켜 줘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세계관의 충돌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과거의 추억들도, 그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반갑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이 등장할 때, BGM까지 그때 음악을 사용할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아 그저 이슈용으로 사용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기도, 연출도 뛰어는 영화 <플래시>

그와 동시에 플래시라는 캐릭터만이 가능한 액션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의 능력들도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 풀어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시간 여행'에 대한 표현을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였던 상투적인 느낌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표현한 것이 제일 독특하고 참신했다고 느꼈습니다. 하나하나 뭐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따진다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연출이겠지만 그런 것까지 따지면서 영화를 보는 거면 너무 빡빡하지 않겠어요? 또 그런 걸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가능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액션 또한 플래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출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엑스맨의 '퀵 실버'로 보여준 독특한 액션 장면을 기반으로 조금 더 특이하고 재미있게, 게임을 하는 것처럼 표현해서 보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의 액션씬보다는 후반부 두 명의 플래시와 배트맨, 슈퍼걸이 같은 공간에서 싸우는데 이를 단절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하는 장면은 가히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카메오들의 등장

저스티스 리그의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나왔고, 그중에서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했던 마지막 대사가 조금은 슬펐습니다. 나름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퇴장해서 기회가 된다면 헨리 카빌의 슈퍼맨, 갤 가돗의 원더우먼보다도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외에도 DC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카메오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심지어 니콜라스 케이지의 슈퍼맨은 실제로 나오지 않았지만 팬들에게 밈으로 많이 활용되었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던 감독의 디테일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니콜라스 케이지의 슈퍼맨은 안 나오는 게 나았지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과 사샤 카예의 슈퍼걸이 존재하는 세계관에 플래시가 계속 존재하는 게 원래의 결말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에즈라 밀러의 사건 사고가 영화의 결말을 바꾸게 되었고, 그는 결국 과거의 세계관에 갇히는, 그런 결말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도 놀라운 카메오가 등장하니까 끝까지 관심을 두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플래시 아직 안 봤다면 보시는 것 추천

영화는 재미는 물론이고 감동과 액션까지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DC가 진작에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면, 아니 잭 스나이더 컷도 좋았으니, 진작에 감독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도대로 영화가 나왔다면 아쉬운 퇴장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비주얼은 정말 찰떡이라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퇴장은 아쉽지만 그래도 제임스 건의 새로운 DCU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충분히 영화관에서 봐도 아깝지 않았고 DC를 좋아하는, 특히 오래전의 DC. 그러니까 펭귄맨과 잭 니콜슨의 조커 시절의 DC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흐뭇하게 웃으며 그들을 보내줄 수 있는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열고 나서 열려 있는 동안에는 별로였지만 닫을 때는 정말 잘 닫았다고 생각하는 DCEU의 사실상 마지막 영화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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