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스물일고여덟쯤 나는 두 번째 서울살이 도전으로 당시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가 망하고 홍대 쪽 또 다른 작은 회사를 한 시간 삼십 분씩 걸리며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며 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날은 월급날이었고 버스에서 내려 골목 어귀의 동네 분식집에서 떡볶이·튀김·순대 칠천원 어치를 샀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청하 세 병도 샀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아홉 시쯤이었고 영화 한 편을 보려고 인터넷에서 VOD를 뒤적거리는데 존 윅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봤는데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목이 탔던 나는 청하를 물처럼 마셔버리고 이내 뻗어버렸는데 존 윅은 내게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별 시답잖은 추억이지만 이렇게 유독 기억에 남는 영화가 바로 존 윅이다.
존 윅 시리즈의 최종장, 존 윅 4
그래서 그런지 이번 네 번째 영화가 개봉 했을 때, 이 시리즈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진짜로 좋아하는 시리즈라 생각날 때마다 여러 번 보고 있었다. 마침 시리즈의 최종장이라고 하니 1~3편까지 다시 정주행을 하고 개봉 이후 여러 번의 미룸(사유: 피곤함, 귀찮음, 야근 등) 끝에 영화를 보고 왔다. 무려 세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에 내가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충분히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만족스러운 액션과 아쉽지만 깔끔한 결말로 영화관을 나서면서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볼 만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액션 최적화 연출
여러 리뷰에서 볼 수 있듯이 영화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담았다. 존 윅의 시그니처 건짓수(Gun+주짓수)를 비롯해 맨손 격투와 쌍절곤, 서부극과 사무라이, 홍콩 액션과 카체이싱까지 짧고 또 길게 우리가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봐왔던 다양한 액션씬을 전-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그 중 압권은 후반부 탑 뷰에서 찍은 총격전인데 앵글이 위로 올라가면서 원테이크(인지는 모르겠지만)로 이어지는 장면은 "어? 이거 게임이잖아?" 싶은 독특한 구도를 보여준다. 3편에서 아쉬웠던 점을 벼르고 별러서 작정하고 만든 것처럼 액션은 진짜 깔 게 없었다.
모든 떡밥을 회수하고 깔끔하게 닫았다
사실 이번 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킬링타임 영화로 이어진 시리즈를 억지로 꾸역꾸역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넣으면서 이어간 게 아니라, 강아지로 시작된 시리즈의 서사를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하고 또 이를 완벽하게 마무리 했다는 것. 큰 기대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영화를 봐 버려서 정말 좋았다. 체감상 3시간의 런닝 타임 중에서 한 2시간은 액션씬이었던 것 같은데, 중간에 보면서 약간 힘들어서 농반진반으로 "제발 그만 죽여..." 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만큼 역대급으로 많이 싸우고 역대급으로 많이 죽인 듯. 근데 또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죽었어도 할 말 없을 정도로 떨어지고 치이고 맞고 그랬는데 저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애초에 이거부터가 억지다 억지(농담).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 어딘가 익숙하고 비슷한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보니 1~3편의 명장면들을 오마주 한 장면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런 장면들을 찾으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그런 의미로 가능하다면 1~3편을 정주행하고 그 기억들이 휘발되기 전에 4편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감독이 얼마나 이번 편에 신경을 썼는지,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쿠팡플레이 존 윅 4, 후속편 혹시 몰라?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시리즈를 마무리 짓기 싫어하는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의 질척거림도 느낄 수 있었는데, 존 윅은 이번 시리즈로 끝나지만 이 시리즈의 레거시들을 이용해 어떻게든 속편이나 스핀오프를 만들고 싶었는지, 여기저기에 혹시 모를 떡밥과 암시를 마구 심어놔서 보는데 어지간히 보내기 싫은 모양이다 싶었다. 크레딧 끝에 쿠키 영상이 나오는데 어째 존 윅 시리즈에서 파생된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이미 는 드라마가 확정되었고, 아마 견자단 혹은 다른 킬러가 나오는 시리즈가 또 하나 나오지 않을까. 근데 또 뭐랄까 시리즈를 마무리 한 것 같지만 존 윅 시리즈라 진짜 끝난 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또 모르겠다. 이러다 갑자기 또 다섯 번째 시리즈가 나올지도.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는 진짜 볼만하다. 매번 실망스러운 영화들 사이에서 정말로 영화관을 제대로 활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액션을 담았고, 지금까지 쌓아온 시리즈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서사까지 완벽했다고 본다. 앞서 얘기한 게임 같은 장면 말고도 파리의 원형 교차로(이름 모름)에서 벌어지는 액션도 정말 참신했다. 어떻게 저런 발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존의 액션과 새로운 액션을 잘 섞었다. 여러모로 정말 좋았고 기회가 된다면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다. 액션 좋아하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영화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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