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봐도 좋은 영화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좋은 평들이 많아서 궁금했지만 영화관의 기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는 영화였고 무엇보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크게 없어서 안 보고 있었는데, 휴가를 앞두고 추천을 받아 집에서 이런저런 할인을 꾸역꾸역 받아 VOD로 관람했다. 비록 영화에서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함께 휴가를 보내던 반려견들이 낯선 이의 방문으로 착각해 격렬한 환영 인사를 벌이는 바람에 집중하지 못해 여러 번 돌려봐야 했지만, 오히려 돌려보는 바람에 한 번에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해 색다른 영화 관람이 되었다.
<헤어질 결심>은 어떤 영화?
영화는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으로 인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 분)과 사망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 분)가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처럼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인지, 의도한 말인지 애매한 서래의 말에 용의자를 용의자로 보지 못하고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영화가 전개된다.
예로부터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란 어딘가 좀 괴상하고,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절대로 예상할 수 없는 소재와 전개가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복수 3부작"부터 "박쥐"나 "아가씨" 등을 떠올리면 어딘가 잔인하면서도 웃기기도 하고 외설적이나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그러니까 나 같은 일반 대중이 전문 용어를 쓰지 않고 설명하기에는 뭔가 희한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설국열차"를 제외한 모든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주인공 최민식 배우님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른 영화들은 몰라도 전설의 명작 "올드보이"는 못해도 다섯 번은 본 것 같은데, 이 또한 거부감이 들면서도 가끔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매력적이었던
박찬욱 감독님의 모든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 영화는 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잔인하지 않고, 가장 외설스럽지 않은 영화가 아닐지 생각한다. 항상 누군가 죽고, 항상 베드씬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죽긴 죽는데 막 엄청 잔인하지 않았고 야하긴 야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오묘하게 야릇한 느낌이랄까. 외려 약간은 그런 절제미(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 것 같았다.
상반되는 캐릭터의 분위기
'해준'과 '서래'의 극명한 분위기도 확실히 눈에 띄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에- 이게 딱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나름의 표현을 해보자면, 해준의 분위기는 약간 사진 보정을 할 때 온도를 높인 따뜻한 분위기였고, 서래의 분위기는 반대로 많이 낮춘 차가운 분위기였다. 근데 또 뭔가 '해준'은 직선적이었고, '서래'는 많이 구불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둘을 비출 때, 혹은 둘을 표현할 때의 대비가 확실하게 눈에 띄어서 재미있었다. 형사와 용의자로서 서로 뭔가를 숨기려 하고 찾아내려 하는데, 또 그 속에서 두 분위기가 묘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 외에도 사건 현장에서 인공 눈물을 넣는다던가, 의욕이 넘칠 때는 복장에 맞는 운동화를 신다가 흐릿해진 시기에는 구두를 신는다던가 등 캐릭터마다의 특징들도 있다. 무엇보다 앞서 '야릇하다'라고 표현한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시선을 과하게 클로즈업한다거나, 책상을 정리하는데 이상하게 호흡이 잘 맞는다거나, 차 안에서 손가락이 살짝 겹친다거나(포스터 장면) 등 소소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 소소한 요소들을 가지고 둘 사이의 묘한 관계를 호감을 느끼듯 간질거리니까 보는데 아주 감질나서 어휴 그냥 어? 아유- 그랬다.
<헤어질 결심> 감탄이 나오는 연출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해준'이 '서래'를 찾는 바다에서 버드아이 뷰, 그러니까 드론으로 찍은 것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 파도가 '해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강아지들이 짖어서 처음에 제대로 못 봤다가 돌려봤는데 새로운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이런 디테일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였다. CG겠지?
솔직히 처음에는 '아- 또 시작이네' 싶었는데 영화가 전개될수록 예상을 할 수 없어서 초중반부터는 그냥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겼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막 엄청 극적이고 격렬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재미는 아니었지만 박찬욱 감독님으로서도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잔잔하면서도 희한하게 쾌감과 스릴이 있는 영화였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훌륭한 영상미에 기반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은 관람할 결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잔상이 정말 오래 남는 영화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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