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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둥실 영화&드라마 리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타일리시 액션 영화, 볼만한 액션 느와르

by 김둥실.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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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두 주인공의 재회

영화 신세계의 주연들이 다시 만나 이번엔 서로를 적대하는 관계가 되어 서로를 죽이려 한다. 오늘 리뷰할 영화는 황정민 배우와 이정재 배우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 영화 산업이 침체한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준수한 성적을 올린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새로운 연기가 돋보이기도 했다. 예고편도 인상적이었고 두 배우 모두 좋아하는 배우에 케미도 이전 영화에서 증명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줄거리와 배경

사실 영화 전반적인 내용은 새롭거나 신선하지는 않다. "킬러가 있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그를 쫓는 추격자, 쫓고 쫓기는 추격 액션"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뻔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커버하는 것이 액션과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이다.

영화는 초반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전개되다가 중간부터 배경을 태국으로 옮긴다. 한국과 일본을 어둡고 차가운 톤으로, 태국은 이와 극명하게 대비 되도록, 동남아 지역 특유의 기후와 그로 인한 더위를 세피아 톤으로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한다. 그럼에도 황정민 배우는 계속 긴팔을 고집한다. 정말 더워 보여서 제발 벗었으면 했다.

독특한 연출과 영상미

톤과 더불어 액션의 영상미 또한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하는데 큰 몫을 해줬다. 합을 맞춘 화려한 액션을 기본으로 결정적인 타격에 속도감과 클로즈업, 카메라 무빙을 더해서 보는 사람들이 타격감을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이렇게 표현된 액션에 몹시 감탄했다. 굉장히 정성 들인 것 같았고 그 결과물도 잘 나왔다고 느껴졌다.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재미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들

황정민 배우는 외롭고 고독한 암살자 '인남' 역을 맡았다. 황정민 배우가 누아르를 찍으면 왠지 "어이 부라더-"라고 할 것 같은데 그런 분위기를 아예 지워버렸다. 자세한 줄거리는 말하지 않겠지만 '외롭고 고독한 암살자'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캐릭터였음에도 황정민 배우 특유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뻔하지만 확실히 다른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정재 배우는 어떠한 이유로 '인남'을 쫓는 '레이'역을 맡았다. 복수를 위해 '인남'을 쫓지만 그를 추격할수록 복수 같은 이유는 사라지고 명분 없는 자신의 목적(인남을 죽이는 것)에만 열중한다. 재일교포 캐릭터라 그런지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 또라이라고 불리는 '레이'를 독특한 패션과 특이한 소품(선글라스, 담배, 무기 등)을 활용해 표현하였다.

태국의 쪄 죽겠는 날씨에 한 명은 긴 팔을 고수하고 한 명은 옷을 왜 저렇게 입나 싶은 의문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두 캐릭터가 동남아 스타일로 입고 다닌다면 배경에 묻혀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한 명은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수트와 외투를 입고, 한 명은 또라이라는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배경과 확실히 튀는 스타일을 택한 게 아니냐는 결론을 혼자 내봤다.

영화를 이끄는 인물은 '인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레이'는 그런 '인남'이 영화를 계속 끌어갈 수 있게 뒤에서 채찍질하는 캐릭터라 해야 하나. '레이'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테이큰이나 아저씨와 다를 바 없어 보였겠지만 '레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이야기 속에 개입되어 비슷하지만 다른 결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명분이 없는 캐릭터의 개입은 환영 받지 못한다 생각했는데 이정재 배우가 그런 캐릭터를, 어쩌면 한국 영화의 색다른 도전 같은 캐릭터를 잘 살려낸 것 같다.

가장 돋보였던 박정민 배우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한 명 더 있다. 걸걸한 두 배우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었던 박정민 배우. 태국에서 '인남'을 돕는 조력자 '유이' 역을 맡았다. '유이'라는 캐릭터를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캐릭터가 사연을 갖고 태국의 바에서 일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라는 설정 때문이었는데 이 또한 한국 영화에서 곱게 보지 않을 수도 있는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려냈다.

'인남'과 '레이'의 무게감을 '유이'의 대사와 개그로 적절히 환기하며 영화의 강약을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 좋지 않은 영화에서 개그의 소재로 쓰이는 트랜스젠더를 희화화한다거나 조롱하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개인적으로 박정민 배우의 '유이'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비밀 무기가 아니었나 생각됐다. 어쩜 저렇게 연기를 하는지.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 추천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시기와 영화 산업의 침체기가 아닐 때 개봉했다면 어떤 평을 받았을지 궁금한 영화였다. 엄청난 흥행은 아니더라도 이 영화가 풀어낸 독특한 캐릭터들과 또 독특한 연출로 꽤 준수한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 싶다. 한 번쯤 보면 좋은 영화임은 틀림 없지만 또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관객들에게 뻔한 스토리는 다소 아쉬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시켜 주는 캐릭터와 영상미, 액션이 있으니 관람을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 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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