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 가오갤 시리즈의 최종장
엔드게임 이후로 실망만 안겨줬던 MCU에서 또 한 편의 시리즈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감독 퇴출 사건부터 시작해 영화 외적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 시리즈는, 1편부터 3편까지 영화 내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사랑과 감동, 영화적인 퀄리티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떠나게 되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는 가오갤 멤버들이 다른 친구들과 마련한 터전, 죽은 신의 머리 '노웨어'에 '아담 워록'이 습격을 하면서 시작된다. 전투 중 로켓이 죽을 수도 있는 큰 부상을 당하고, 멤버들은 로켓을 살리기 위해 그의 과거를 되짚어가며 모든 일의 근원이었던 '하이 에볼루셔너리'와의 전투를 치른다는 것이 이번 영화의 중심 서사다.
생사를 넘나드는 로켓을 중심으로 스타 로드와 가모라의 관계를 비롯해 각 캐릭터가 각자 쌓아온 그간의 스토리라인을 엉키지 않게 잘 정리했으며, 중심 서사인 로켓과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대립 또한 그 어떤 고민의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약 10년간 가오갤 시리즈의 막을 아주 성대하게 내렸다고 생각한다.
제임스 건의 마지막 MCU 영화
무엇보다 실망만 가득했던 엔드게임 이후 MCU 시리즈 사이에서 제임스 건은 굳건히 자신만의 특색을 유지하며, DC로 떠나기 전 MCU에서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특히 "수어사이드 스쿼드" 때부터 돋보이기 시작한 '유쾌한 불쾌함(내가 이렇게 느껴서 그냥 이렇게 정리한 것)'을 정말 잘 살렸는데, 드립이나 액션에서 수위가 높은 것 같으면서도 막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그 사이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잘 지키는 것 같다. 게다가 MCU에서 아니 디즈니에서 듣기 어려운 욕설(ex. F-word)들도 여과 없이 나와서 '아, 얘가 마지막이라 작정했구나' 싶었다.
'유쾌한 불쾌함'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를 해보자면, 제임스 건이 연출한 최근의 영화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주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사람이라면) 느끼는 불쾌함을 서사의 초중반에 배치하고 후반부에 이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근데 이제 그 불쾌함과 통쾌함의 갭 차가 상당해서 후반부에 더 상쾌한 기분이 든달까.
이번 영화에서도 '동물 학대'라는 부분을 건드려서 빌런을 진짜 나쁜 놈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빌런에 대해 누적된 감정들이 영화 후반부 가오갤 멤버들의 엄청난 액션(연출적인 부분에서 굉장한 솜씨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을 통해 터지면서, 상놈에 쉐끼를 속 시원하게 깨부숴서 너무 후련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번 메인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 역을 맡은 '추쿠디 이우지'가 연기를 그만큼 잘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돋보였던 배우들
추쿠디 이우지는 제임스 건이 총괄한 DC 드라마 '피스메이커'에서 클렘슨 먼(MCU로 치면 닉 퓨리 같은?)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마블에서 빌런을 맡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DC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는데 "더 수스쿼"에서 랫캐처 역을 맡았던 '다니엘라 멜키오르'나 "피스메이커"에서 에밀리아 하코트 역을 맡은 '제니퍼 홀랜드(제임스 건의 배우자)' 등이 보였고 보다 보면 앗! 할 만한 카메오들도 보여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아담 워록. 코믹스에서는 개 센 캐릭터인데 여기서는 그냥 개그캐로 등장한다. 향후 MCU의 캐릭터로서 미리 등장시킨 느낌인데 결코 이렇게 조연으로 버려질 애는 아니라서 이번에는 그냥 개그캐로 보고 이후를 기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사실 이번 영화에서 제일 애매한 포지션이 아니었나.
MCU, 이런 것 좀 배워라
개인적으로 MCU 시리즈를 준비하는 모든 감독과 제작진이 이 영화를 가장 최신의 레퍼런스로 삼고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간만에 MCU다운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한 시리즈의 최종장이라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제임스 건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신이 벌려 놓은 것들은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 정리하고 떠났으니 MCU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이런 애랑 경쟁해야 하는데 누가 하냐고요.
또 영화를 보면서, 뭐랄까... 감독이 지금 벌어진 MCU와는 선을 긋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보통 다른 시리즈와의 연계를 고려해서 슬쩍슬쩍 떡밥을 던져놓기도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다른 시리즈와의 연계나 이런 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가오갤 시리즈와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홀리데이 스페셜' 딱 여기까지의 세계 속에서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막말로 같은 급으로 섞이기 싫은 거지. 그래도 가오갤 가오가 있는데...
로켓 떠나지마
시리즈의 마지막에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로켓'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뤄서 이번 영화가 더 좋았다. 더군다나 영화 자체도 굉장히 잘 만들어져서 더더욱. 우주를 정말 참신하게 표현하는 감독의 상상력은 이제 DC에서 보게 되었지만 부디 MCU도 정리랑 청소랑 잘해놓은 시리즈에 똥칠하지 말고 다른 시리즈들을 더 멋지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제발). 가오갤을 좋아했거나 과거의 마블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우리는 MCU를 다시 한번 떠나보내면 되는 것. 너무나 좋았던 영화 리뷰를 마친다.
덧, 가오갤 시리즈 하면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띵띵 곡 Creep으로 3편을 열었고, 시리즈를 열었던 Redbone의 Come and get your love로 시리즈를 닫는데 진짜 감동이 진짜. 이건 진짜. 진짜!! 그리고 쿠키는 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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